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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침을 못먹었음 못먹었나보다 점심도 못먹겠음 또 못먹나보다
저녁도 못먹으면 그냥 오늘 하루 굶는가보다 해
아이고 안되겠다 이러다 죽겠다 싶으면 그냥 죽어뿌러
동동거리지 말래이
담담하게 살래이 두려운 거 없이 살래이

2.
와 조급해하노 와 초조해하노
도대체 와 불안해하노
느그를
이렇게 예쁜 느그들을 이렇게 꽉 찬 느그들을
그냥 놀게 내버려둘 나라가 아니야
가슴을 펴 빳빳하게 세워

3.
엄마한테 느그 쫓아다니는 남자친구 야그 하노?
안하노?
왜안하노?
엄마가 느그 식모가?
아부지가 느그 머슴이가?
마음을 열래이
엄마는 아버지는 느그 생활속의 친구가 되고싶은기다
대들지마 싸우지마
엄마랑 싸우는 딸이 세상에서 제일 나쁘데이.

4.
내 오후에 정문 나가다보면
너거를 기다리는 미스타김 미스타리가 보여
그런애들 뭐하러 만나니!!!
얼마나 할일이 없으면
해가 창창하게 떠있는데 공부도 안하고
여까지와서 그라고 있노 못났그로!!!
만나지마 그런 미스타김 미스타리 만나지 마라
데리러 오라고 만나러 오라고 전화해도
지금 도서관이다 공부해야해서 못간다 하는
그런 남자애들 좀 만나면 안되겠니
남자보는 눈을 좀 길러라 어이?
너거가 부른다고 냅다 오고 그런애들 별볼일 없다
걔들 늙어서도 너거한테 빌빌대는 정도밖엔 안돼
그런 남자 존경하며 함께 늙어갈 수 있을 것 같니
헤어져라 헤어지고 공부해
해지기전에는 학교에서 나가지말고 도서관가서 공부해

5.
갑남을녀가 되지마라
다들 성공할라고 돈벌라고 같은 길로 갈 때
너거는 돈돈하는 천박한 세상말고
another 월드로 가야한데이
호랑이는 굶어죽어도 풀을 뜯는게 아이야 알겠니

6.
너희들은 항상 전쟁에 반대하며 살아라
어떤 순간에도 전쟁을 반대하며 살아라
전쟁이 뭐냐?
전쟁은 어떤 정치인들에겐 표를, 몇몇 장군에게는
훈장을 주고
젊은이에게는 생명을 앗아가며
어머니의 가슴에는 영원한 눈물을 준다
그것이 바로 전쟁이야

7.
민주주의가 다 뭐야
우리나라에 그런게 있나 그런거 없다
민주주의는 말이야
우리 손에 의해서 우리를 위해서 만들어져야 하는기야
우리나라엔 그런거 없었다 없다 없어
그냥 물러나라 물러나라 운동해서 한자리 해먹고 뚝딱하면
땡인거야 그게 이 나라야

8.
너희들이 노벨상을 받거나,
어떤 이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훌륭한 자리에 서서,
내가 젊은 시절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준
노교수가 있었다,
그렇게 한 마디만 해 주면
나는 무덤 속에서도 번쩍 눈을 뜰 거다.

9.
너거가 왜 꽃밭이고? 와 꽃밭이라 하노
너거가 얼마나 보석같은 존재인데!
너거는 절대적인 존재다 그자?
너거는 내 전부데이!!!!!!

10.
너거도 다 힐러린지 빌러린지 될수 있고
라이스, 반기문이 별거가
너거가 다 힐러리고 라이스고 반기문인기다
나는 진짜 제자들 중에 정말 대통령, 뭐 그런거 아니라도 진짜 훌륭한 사람이 나오는걸 내 죽기전에 보고싶다

11.
만약에
여자대통령이 나왔는데
그게 우리 이화출신이 아이고 따른 학교 출신이다!!카믄
아이고아이고 나는 통곡을 해뿔끼다
우리 이화가 어떤 학굔데

12.
내가 너무 pro이화가 아니냐고?
맞데 맞데이 나 pro이화 맞데이
이화는 정지야
정말로 순수하고 깨끗하고 특별한 곳이야
여성들이 주도하는 세상은 달라야한데이
유연하고 밝고 엄마같이 따뜻한 세상이어야 하는기야
느그의 이화의 이 맑은 기운으로 세상을 안아야한데이

13.
처음 이화에 왔을 땐 3년만 하면
우리 선생님이 다시 연대로
데려간다고 했다
난 다시 갈라고 했어 꼭 3년만 하고 간다고 했어
근데 그 3년이 40년이 되어부렀어
느그랑 40년이 되어부렀어
내가 이화가 되고 이화가 내가 되어부렀어
난 부잣집아들도 아니고 기독교신자도 아니고 미제박사도 아니라 이 학교가 날 자꾸만 자꾸만 잘라내는 기라
내 목이 이화교 위에 덜렁덜렁 굴러다니는데
그때마다 느그가 내 목을 갖다 붙이더라
우리 선생님 우리선생님 노래하면서
나를 다시 이 자리에 세우더라

14.
내가 어제 편지를 한 통 받았는데
9학기짼데 이번에도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부모님 뵙기 죄송해서 어쩔줄 모르겠다고 하더라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그거는 너거 잘못이 아이야
너거 부모님 세대 그리고 우리 세대가 잘못해서 그런거야
너희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줬어야 했는데
우리가 못그런거야
부모님한테 죄송해하지마라 응?
부모님이 너거한테 미안해해야돼
기죽지마 주눅들지마라 괜찮다
그리고 너거는 꼭 너거 자식들한테 좋은 세상 물려줘야한다

15.
일류대학에도 삼류학생이 있고
삼류대학에도 일류학생이 있어
그러나 일류대학엔 일류대학만의 분위기가 있는기야

16.
내가 말이야
정년을 하려고 보니까 눈앞이 캄캄한기야
느그들이랑 이렇게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어떻게 느들하고 떨어져서 사노
느그는 내 선생이데이
나는 느그한테 너무 많이 배우면서 받으면서 살았데이
그래서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느그들 선생으로 모시지않노
고맙데이

17.
이화가 바로 서는 날은
학교 앞에 있는 상가가 다 문을 닫는 날이야
느그들이 머리하러 학교 오노? 그 종이를 왜 받아주노?
지하철에서 나오자마자 머리 숙이고 책보래이
아무도 느그 못건드리게 무섭게 책보면서 걸어오래이
밥도 먹으러 나가지 마 도시락 싸들고 학교와 응?
내 맘같아서는 지하철역앞에 버스 하나 세우고 항시 대기하면서
나오는 느그 다 태워서 학교로 곧장 들어오고 싶대이

18.
무거운 약속 하지 말래이
그건 다 거짓말이야
느그들은 그냥 같이 공부할 친구가 필요한거재 맞재
느그들이 마흔다섯쯤 됐을 때
느그들 가치가 최정점을 찍었을 때 그때 생각해도 늦지 않은거야
느들이 어떤 존잰데

19.
정치교수? 그게 뭐야 아이고 그것들이 다 뭐야
교수 아니야 선생님 아니야
교수는 선생님은 늙은이의 이상을 젊은 제자들에게 전해주고
밀어주고 채워주고 꿈을 키워주는 사람이야
정치하려고 교수 타이틀을 따?
그건 느그들을 이용하는거래이 느그들을 밟는거래이
다 잘라버려야 한데이
나는 느들한테 다 줬데이
느들은 내 꿈을 이뤄줄거재 그재 맞재?

20.
느그들 눈을 다 뒤집어
여태까지 알던 것들 다 뒤집어
우리나라는 말이야 우리나라는 정말로 볼 것 없는 나라야
끊임없이 물리고 뜯기고 얻어맞으면서 버텨온 5천년이야
이 만신창이 나라를
느그들한테 가르친답시고 보기좋게 포장해 놓은 게
느그들이 알고 있는 그 역사야
그건 역사가 아니야 그건 진실이 아니야
다 버려 다 버리고 다 뒤집어
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 뒤집어서 다시 공부해야돼
그래야 내가 사랑하는 이 나라가 산데이

21.
가장 불행할 때 말이야
느그들이 아 이러다 죽는구나 내가 정말 죽는구나 싶을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한기다
그때 그 불행의 밑바닥에선 새 행복의 씨앗이 올라오고 있는거래이
거짓말친다 할라카노?
더 살아보래이 살아보면 안데이

22.
나는 정말 여러분의 스승이었음을
평생의 자랑으로 여기면서
여러분이 나에게 매달아 준 거룩한 훈장임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내가 무한히 사랑하는 제자임을
절대로 잊지 말기 바랍니다.
내가 여러분의 스승이라는 이 사실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어느 날 다시 만날 때,
비록 그것이 시공을 넘는 날일지라도,
서로가 깊은 사제의 큰 인연을 맺고 있다는
이 사실만은 절대로
저버리지 말기로 합시다.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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