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토르트 식품(retort food) 은 조리·가공된 음식을 밀봉한 후 레토르트(retort)라 불리는 살균 솥에 넣어 고온(105∼120℃)·고압에서 가열, 살균해 공기와 빛을 차단한 밀봉상태에서 장기간 보존할 수 있도록 만든 가공식품을 말한다. 이는 내열성 플라스틱 필름이나 알미늄 박을 적층시켜 만든 레토르트 파우치 또는 성형된 용기를 사용한다. 카레, 죽, 스파게티, 미트볼 등 일반 가공식품은 물론 비상식품, 환자식, 도시락용으로도 널리 사용된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플랙시블 캔’이라고도 부르며 사용해 왔었다.
장기 저장식품은 200여 년 전인 1804년 프랑스의 니콜라스 아페르(Nicholas Appert)가 병조림 법을 발명하면서 시작됐는데, 이후 잘 깨지지 않는 금속 통조림이 개발됐고, 1914년 이후 두 차례의 세계대전 때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1958년 미육군 Natick 연구소에서 전투식량 개발의 일환으로 금속 통조림 보다 가볍고 휴대와 운반이 편리하고 보존성이 좋은 레토르트 파우치를 실용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美 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식품에도 활용했고, 1974년 美 농무성(USDA)이 육류제품 포장에 레토르트 파우치를 허가하면서부터 민간에서도 활용되기 시작했다. 일본도 세계대전의 주역이라 장기 보존식품 연구를 오래 동안 해와 레토르트 가공식품 개발에도 적극적이었다. 1969년 5월 오오츠카(塚)식품공업(주)에서 카레를 충전한 레토르트 파우치 제품을 처음으로 출시했고 1975년 후생성의 허가를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에 이르러서야 레토르트 전투식량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1981년에 오뚜기식품(주)이 일본후지모리사로부터 레토르트 파우치를 수입해 3분 카레, 3분 짜장을 국내 최초로 시판했다. 이후 CJ제일제당의 즉석밥, 레토르트 국밥, 덮밥, 컵밥 시리즈, 용기 죽 등이 출시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레토르트 식품이 상온에서도 워낙 오래 동안 상하지 않고 보존되다 보니 많은 괴담과 오해가 있다.
첫째, “레토르트 식품은 오래 보존하기 위해 방부제나 보존료 등 첨가물을 넣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항간에 떠돈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보존료(방부제)를 사용하는 이유는 식품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성장을 억제하고, 산소 등에 의한 화학적 산화작용을 방지하는데 있다. 그러나 레토르트 식품은 고온·고압에서 미생물을 살균 또는 멸균하고 산소가 없는 밀봉상태로 유지되므로 보존료가 전혀 필요 없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보존료는 공짜가 아니다. 굳이 필요도 없는데, 돈 들여 넣을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둘째, “플라스틱 필름으로 포장된 레토르트 식품을 전자레인지에 가열하면 인체에 유해한 화학성분이 나온다”는 우려도 있다. 전자레인지에서 발생하는 고열에 의해 비닐이나 플라스틱 포장재로부터 비스페놀A와 같은 환경호르몬 즉, 내분비계 장애물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다. 물론 PC(폴리카보네이트) 소재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울 때에는 비스페놀A의 용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레토르트 식품의 포장에는 전자레인지에 가열해도 환경호르몬이 용출되지 않는 C-PET(crystallized PET), PP, PSP 등 식약처에서 허가한 전자레인지용 재질만이 사용되므로 소비자는 안심해도 좋다.
레토르트 식품을 올바르게 구매, 보관, 섭취하는 요령을 살펴보면 첫째, 구매 시 유통기한, 제조일자 등 표시를 확인한다. 둘째, 구매 후 서늘하고 직사광선을 받지 않는 곳에서 보관한다. 셋째, 날카로운 물체가 닫지 않도록 해야 하며, 세게 누르거나 높은 압력을 가하지 말아야 한다. 포장에 흠이나 구멍이 생겨 밀봉이 깨지면 세균 오염 또는 산소에 의한 변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개봉 시 색깔이 변했거나 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엔 포장재가 손상돼 변질된 것이므로 버려야 한다. 다섯째, 전자레인지로 가열할 때 압력이 상승해 터질 수 있으니 반드시 끝 부분을 잘라 개봉하거나 뚜껑을 열어 사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열된 레토르트 식품을 전자레인지에서 꺼낼 때에는 뜨거우므로 오븐 장갑이나 홀더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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