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와 출구전략(Exit Strategy) 그리고 테이퍼링(Tapering)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용어 중의 하나입니다. 양적완화, 출구전략, 테이퍼링과 같은 용어는 결국 세계 경제에 어느 정도 이상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거대 경제주체가 돈을 조이고 푸는 행위를 의미하며 이런 행위들로 인해 전 세계 경제가 좌지우지 되게 됩니다.
예를 들면 계속 되는 불황으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물가는 계속 올라가는데 임금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고, 돈은 없으니까 사람들이 아무것도 사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는 첫 번째 시중 은행의 금리를 낮춤으로써 조금이나마 경제활동을 활성화시켜보려고 합니다. 금리가 낮아지면 어쨌든 사람들이 돈을 모으는 행위보다는 쓰는 행위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은행 예적금 금리가 형편없는 수준이라면 사람들이 자금을 은행에 저축하기보다는 다른 투자처(주식, 펀드 등)를 찾게 될 것이고 또 반대로 낮은 금리로 대출을 하여 또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낮추고 낮추고 낮춰서 더이상 금리를 낮췄다가는 마이너스가 될 판입니다. 실제로 유럽 중앙은행 같은 경우는 제로금리를 넘어 마이너스 금리를 찍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이대로 갈 수는 없기 때문에 뭔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만 합니다.
결국 중앙은행이 국채나 다른 금융상품을 직접 구매(매입)함으로써 중앙은행이 가지고 있는 통화를 시중에 직접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통화정책을 쓰게 됩니다. 이것을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라고 합니다.
양적완화 정책을 쓴 나라(미국) 입장에서는 시중에 돈이 풀리니까(통화량 증대) 화폐 가치(달러)가 하락합니다. 자국 화폐 가치가 하락했다는 것은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외국 바이어들과 거래를 맺는다고 해도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룸이 생기는 셈이니까 대개의 경우 수출 증가로 이어지게 됩니다.
또한 소비도 증가하게 되는데, 이것은 기업 투자의 증가로 연결되고 수출 증가와 맞물려서 실업률을 감소시키고 경기 회복까지 이를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화폐 가치의 하락은 물가 상승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위험도 같이 흐르게 됩니다.
이제 다른 나라의 입장을 봅시다. 시중에 달러가 풀리니까 달러 가치가 하락합니다. 이것은 자국 통화의 평가절상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과는 반대로,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 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미국이 양적완화 정책을 쓰게 된다면 미국을 제외한 나라는 손해를 보기만 하는 걸까요? 무조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유동성이라는 개념이 탄생합니다. 세계화로 인해 국경 간 자본 이동의 자유화가 크게 확대되면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동성이 큰 대규모 자금이 탄생합니다. 흔히 글로벌 유동성이라고 부르는 이 대규모 자금은 경제조건 변화에 따라 밀물 썰물 들어오고 빠지듯 순식간에 이동해버립니다.
예를 들어 브라질 금리가 높으면 브라질에 글로벌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유입되었다가 다시 칠레 금리가 브라질보다 높아지면 브라질 금리가 칠리로 순식간에 이동해버립니다. 이렇게 글로벌 유동성이 한번에 빠져버리게 되면 브라질 경제는 대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대부분의 신흥국들은 경제성장이 정체기에 이른 선진국들보다 고금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유동성이 투하되기 쉬운 환경에 있습니다. 때문에 신흥국들 중에서도 비교적 실물경제가 튼튼한 신흥국으로 단기에 걸쳐 글로벌 자금이 대량 유입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신흥국들의 경우는 자국 통화의 평가 절상 → 수출 감소 → 무역 수지 악화 이 과정이 더 심하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외국자본의 유입은 자본시장을 활성화시키고 기업가치를 상승시켜 주가를 끌어올리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오히려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란? |
경제 침체기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을 때 중앙은행인 Fed가 국채 매입 등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경기를 부양시키는 통화정책을 말합니다.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란? |
위험한 지역에서 서서히 군대를 철수 시키는 전략을 뜻하는 군대용어입니다. 하지만 이 말이 경제용어로 쓰였을 때는 앞서 언급한 양적완화 정책을 거두어들이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경제 침체기에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사용했던 양적완화 즉 돈을 푸는 정책을 경제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서히 돈을 거두어들이는 전략을 말하며 테이퍼링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테이퍼링(Tapering) 이란? |
연방준비제도 Fed에서 양적완화 정책의 규모를 점차 축소해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연준이란?
미국의 통화금융정책을 수행하는 미국의 중앙은행제도를 말하며 The Federal Reserve라고 하며 줄여서 Fed라고 합니다.
2013년, 미국 중앙은행 의장이었던 버냉키가 긴축 + 금리인상을 뜻하는 타이트닝과 달리, 양적완화 + 자산 매입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으로 테이퍼링을 언급하면서 뭔가 공식 언어처럼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Taper의 단어 자체 의미가 점점 가늘어지다 라는 의미입니다. 흔히 정부가 경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사용했던 양적완화(QE)라는 일환으로 채권의 매입 규모를 서서히 줄여나가면서 시중에 늘어난 달러화의 증가세를 서서히 감소시키는 출구 전략을 말합니다.
여기서 그럼 앞에서 말한 양적완화는 무슨 뜻인가요? 경기가 안 좋아지면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 인하를 합니다. 경제학원론을 생각하면 금리를 인하하면 사람들은 돈을 더 쓰죠? 쉽게 말하면 금리가 낮으니까 대출을 해도 부담이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금리 인하도 결국 한계에 부딛치고 약발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약발이 떨어질 때 즈음 정부(=중앙은행)는 국채를 매입해서 시중에 유동성, 즉 돈을 공급하여 경기를 부양합니다.
즉, 정부가 금융자산을 매입해서 시장에 돈을 나눠주는 형태입니다. 앞서 테이퍼링은 양적완화를 축소한다 합니다. 그동안 정부가 일부러 금융자산을 매입해서 시장에 돈을 공급해주고 있었는데 이제 이걸 줄여나가겠다고 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이제 시중에 풀었던 돈 조금씩 회수할게~ 이런 거겠죠?
미국이 테이퍼링을 한다고 하면, 이제 시중에 뿌렸던 달러를 조금씩 회수한다는 뜻입니다. 신흥국이 열심히 살을 찌우다가 이제 가장 큰 타격은 미국일까요? 외국일까요? 아무래도 미국은 미국 경기를 더 중요시할 테니, 그간 신흥국에 투자했던 달러 자금부터 회수하겠죠? 조금 심각하게 말하면 비실비실한 신흥국은 외환위기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13년 버냉키가 테이퍼링을 언급하고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네시아, 인도, 남아공, 브라질, 터키를 테이퍼링 취약국으로 꼽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틀 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코로나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예고한 테이퍼링이 생각보다 더 빠르게 올 것이라는 기사들이 나왔습니다.
사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많이 받고, 집단 면역이 형성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게 되고 그러면 굳이 정부가 돈을 뿌리지 않아도 경기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되니 이참에 슬슬 다시 회수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다가오는 6월 FOMC에서 테이퍼링이 언급될 수 있다는 예측이 돌고 있습니다. 물론 3월 FOMC에서 파월은 테이퍼링이 당분간 없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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