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은마의 일반 분양가는 평당 7천만 원 정도가 될 것 같다. 은마는 이미 용적률을 꽉 다 쓴 아파트다. 그러니 조합원들이 내 돈으로 재건축을 해야 한다. 서울시가 용적률(250%)을 조금 올려줬지만, 건축비가 너무 올라서 집주인들이 새 아파트를 받으려면 가구당 수억 원을 부담해야한다. 전국의 재건축단지들이 건축비가 급등하면서 또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떡하지? 방법은 하나뿐이다. 용적률을 더 올려주면 된다.
여의도에도 용적률을 올려서 고층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들의 축하 현수막들이 이어진다. 동네 아파트의 용적률이 높아지면 결국 공급이 늘고, 언젠가 그 동네 또는 그 도시의 집값은 딱 그만큼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얼핏 용적률을 서울 시장이 나눠주고 오래된 아파트의 집주인들이 그 혜택을 가져가는 것 같지만, 결국은 서울의 아니 전국의 모든 집주인들이 그 부담을 나눠지는 셈이다.
용적률을 크게 올려준 헬리오시티의 경우 9조 원의 이익이 조합원에게 돌아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9조 원은 가깝게는 가락동 집주인들이나 송파구 집주인들이, 또는 서울의 집주인들이 나눠서 부담하는 셈이다. ...
지방 대도시와 혁신도시의 상가 공급이 시장 수요를 크게 초과했다는 분석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 외곽과 수도권 주요도시에 신규 공급된 상가들까지 공실이 넘치고 있다. 사진 KBS뉴스 캡처
더 심각한 것은 상가 공급이다. 무섭게 늘어난다. 반포에서 잠실까지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1,2층이였던 상가 건물들은 거대한 빌딩 상가로 다시 태어났다. 어디까지 다 채울 수 있을까. 대로변 상가에서 빌딩형 상가로 변신한 이대앞 상권은 무너졌다. 한 상권에 100개 정도였던 상점이 2백여 개, 3백여 개가 됐는데, 모두 장사가 잘 될 것이라고 믿었을까.
밀리오레로 상징되는 동대문 상권도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빌딩을 최대한 높이 올리고, 그 안에 상가를 최대한 잘개 쪼개서 분양했다. 다들 건물주의 꿈을 안고 분양을 받았지만 구분상가(집합상가)는 사실 상점주끼리 2인1각 경주를 하는 셈이다. 누구 하나가 문을 닫으면 그 상권은 빠르게 거미줄이 쳐진다. 결국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
신도시는 한술 더 떠 한 번에 수천 개의 상가를 찍어낸다. ‘풍부한 유동인구로 활기가 넘치고 지하철역과 바로 연결된다’는 그 상권들마다 공실만 넘친다. 위례 광교 시흥 청라 마곡 하남 삼송 수도권 어디를 가도 수년째 공실인 신규 상가들이 넘쳐난다. 언젠가는 다 채울 수 있을까.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의 상업용지는 3천만 제곱미터가 추가 공급됐다(서울연구원). 그런데 서울의 경제활동인구는 2014년을 고점(544만 명)으로 점점 줄고 있다. 하물며 지방은 어떨까. 세종시의 상가수익률은 중대형 기준 0.69%다(한국부동산원 2023년 1분기). 쉽게 말해 평균적으로 공치고 있다. 인구 4만 정도의 나주 혁신도시에는 6천여 개의 신규 상가가 분양됐다. 주민 7명이 상가 1곳을 먹여 살려야한다. 공실률이 70%다. 베트남이나 태국 이주민들을 기대해볼까. 상가는 콘크리트를 들이부어 1층에서 2층으로 8층으로 13층으로 한없이 공급할 수 있지만, 손님은 콘크리트로 만들 수 없다.
... LH는 과연 상가공급이 넘쳐나는 사실을 몰랐을까. 국토부는 지난 2019년 ‘신규 공공택지에서 상가 과잉 공급이 발생하고 있다며 적정 수요를 검토하고 공급 시기를 조정하겠다’고 밝혔었다. 국토부는 특히 신도시의 경우 거주 인구(지구내 계획 인구밀도)는 줄어드는데 상업 용지는 무한 공급되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공급이 넘친다면 이제 가격이 떨어질 차례다. 상가는 아파트처럼 별다른 내부구조물도 없이 텅 빈 공간을 분양하는데 1,2층이라는 이유로 분양가가 아파트보다 더 비싼 경우도 허다했다. 수도권 외곽 신도시까지 분양가가 툭하면 10억 원을 넘었다.
그렇다고 당장 싸게 임대를 내줄 수도 없다. 10억 원에 분양을 받았으면 최소 월세가 4백만 원은 돼야한다. 그래도 세금과 공과금 제하면 수익률이 3% 남짓이다(오늘 저축은행 가면 이자율이 4.1%다). 그런데 2백만 원으로 월세를 낮추면 상가의 가격은 5억 원으로 폭락한다. 그러니 당분간 비워두는 게 낫다.
일단 싸게 월세를 줘 세입자를 구한 뒤 해마다 월세를 높여가기도 힘들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강화되면서 세입자가 한번 들어오면 길게는 10년간 못 내보낸다. 임대료는 해마다 최대 5% 밖에 못 올린다. 그러니 그냥 공실로 비워둔 채 경기가 좋아지기만 기다린다. 경기는 언제 좋아질까.
우리는 오늘도 짓고 짓고 또 짓는다. ... 이제 그곳에 누가 들어올 것인가. 그리고 남은 지방대도시와 중소 도시에는 누가 살 것인가.
참고로 LH는 2018년부터 전국 86개 신도시에서 188만㎡의 상업용지를 팔았다. 시행사와 건설사들은 이 땅을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분양했다. 중산층들이 빚을 내 이 상가를 사들였다. 그 상가에 먹고 살겠다고 직장을 그만둔 자영업자들이 가게를 차린다. 이렇게 상가 공급폭탄의 먹이사슬이 완성됐다.
상가가 넘친다 . ‘구매력 높은 지역 주민들의 배우 수요와 멀지 않은 대기업 빌딩 직원들의 잠재 수요까지 흡수할 메가 상권’에 기다리는 손님은 오지 않는다. 차곡차곡 대출 이자만 쌓여간다. 우리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2분기 기준 1,043조 원을 넘는다. 그중 7조 원은 이미 연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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