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관련 게시물이 올라오면 항상 재밌는 반응을 보게 된다.
아무래도 30대 초반 - 40대 초반이 연령대 탓인지,
그들이 고등학교-20대일때까지 유행하던 슬림핏을 아직도 정석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현상을 본다.
이건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40대 아저씨들도 자기 학창 시절에 유행하던 게 정석이라고 생각하고
50대 60대 할아버지들도 똑같이 자기 학창 시절에 유행하던 게 정석이라고 생각한다.
에를 들어 등산복 입는 아재들이 촌스럽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들이 대학생이던 시절에는
미국에서 헤비 듀티 붐이 불면서 세계적으로 등산이 가장 트렌디한 스포츠 중 하나였다.
파타고니아, 시에라디자인 등 등산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게 유행이었고
등산용 기능성 티셔츠를 입는 건 그 시대 정석에 가까운 패션 문화였다.
지금으로 치자면 롤이나 스팀 정도의 위치에 등산이 있었다고 보면 된다.
요즘 유행하는 오버핏, 시티보이 패션 등을 비웃는다.
과하게 오버한 실루엣과 90년대 힙합 바지에 가까운 커다란 밑단.
당연하다. 한창 패션에 눈을 뜨는 고등학생-대학생 시절에는
에디 슬리먼과 올슨 자매가 전세계적으로 슬림한 패션이
가장 패셔너블하다고 세뇌하던 시기였다.
나 역시도 그 시대에 자라났고
슬림한 실루엣의 패션으로 옷타쿠질을 시작했다.
지금 봐도 간지 쩌는 에디 슬리먼이 디렉팅한 디올.
참고로 에디 슬리먼은 21세기의 슬림핏 유행을 처음으로 시작한 디자이너다.
2001년 이전까지만 해도 남성 패션은 크고 강력해보이는 머슬 핏과
거대한 실루엣의 힙합 보이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하지만 에디 슬리먼은 디올에서 세련되고 파격적인 슬림핏을 선보이면서 유행을 통째로 바꿔버렸다.
다만 그 시절에는 인터넷이 덜 발달해서인지 한국까지
슬림핏 유행이 오는 데는 꽤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슬림핏을 유행으로 만든 장본인....인 줄 알았으나.
사실 슬림핏은 1990년대의 오버핏 이전의 1960년대-1970년대에 유행하던 핏이다. 참고로 그 전에는 또 와이드핏 유행이었음..
위의 사진들은 1960년대 할리우드 패션 아이콘인 스티브 맥퀸. 보다시피 무척 슬림하게 옷을 입는다.
지금 봐도 상마초 간지..
아무튼.. 슬림핏은 굳이 따지자면 오버핏보다 먼저 유행한 패션이다. 즉 틀딱의 틀딱인 셈.
참고로 요새 애들이 스키니진을 엄마바지라고 부른다고 하던데...
동일하게 1990년대의 미국 패션 평론가들은 이러한 슬림 진을 할아버지 바지라며 비웃은 일도 있다.
왜냐하면 80-90년대는 아르마니의 파워수트 유행에 힘입어 모든 패션브랜드들이 옷을 크고 아름답게 입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1) 오버핏이 90년대 아재 핏이라고 놀리기엔 슬림핏도 60년대 할아버지 핏이다.
2) 오버핏과 슬림핏은 서로 번갈아가며 20세기부터 유행해왔으니 정답은 없다.
3) 당신이 젊은 시절에 패셔너블하다고 배웠던 것들이 지금은 패셔너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여라.
4) 결국 당신에게 어울리고 좋아하는 옷차림을 하면 된다. 옷에 신경을 안 써도 된다. 다만 남을 옷으로 비웃기엔 대부분의 사람이 옷을 잘 모르고, 못 입는다.
'트렌데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카리 스웨트 처음 마셔본 미국인 (0) | 2022.05.26 |
---|---|
인간과 펭귄의 잠수대결 (0) | 2022.05.26 |
대학생 1000명 기준 상식 퀴즈 (0) | 2022.05.26 |
손흥민 데뷔골 당시 손웅정 손흥민 아버지 반응 (0) | 2022.05.26 |
법인 번호판 근황 (연두색) (0) | 2022.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