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적폐인가?
학교 다니는 내내 수업듣고 과제하기 바빴고
4학년에는 졸업작품과 자격증공부를 병행하느라 바빴다.
취업시장에 처음 나오니 코로나라는 웬 이상한 놈 때문에 가뜩이나 냉랭한 취업시장이 극한으로 치닫았고
그 좁은 문을 뚫어보고자 하루에 12시간씩 책상에 앉아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며 공부에 매달렸다.
나는 적폐인가?
학부생활에 이어 공부에만 매달리니 목과 허리에 만성통증은 기본이고, 시력 또한 급격하게 낮아져 20년 넘는 세월동안 끼지 않았던 안경을 처음 샀다.
또한, 더 이상은 불안해서 못하겠다고 이탈하는 스터디원들을 볼때마다 걱정은 제곱이 되어 밤잠을 이루지못했다.
자식을 항상 응원하는 부모님의 목소리는 언제부터인지 짐이 되어 내 마음 구석에 차곡차곡 쌓이게 되었으나
그러한 불안감에도 매일 책상앞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적폐인가?
8개월만에 내 정신과 몸을 갈아넣어 처음으로 필기에 합격했다.
하지만 신나는 것도 잠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누구하나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면접은 미리 준비해야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지만, 당장 필기 한 번도 못뚫었는데 면접은 무슨?
부랴부랴 스터디를 구했고, 하루에 2시간씩 자며 면접을 위한 공부를 했다.
그렇게 일주일동안 20시간도 못자며 만반의 준비를 다하여 면접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면접관은 날 떨어뜨리고 싶어 안달난 사람마냥 틱틱대며 내 말 하나하나에 시비를 걸기 바빴고, 흔히 말하는 압박면접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나는 적폐인가?
살면서 그렇게 울어 본 경험이 처음이었다. 노력과 성과는 비례한다고 배웠는데, 여기서 어떻게 더 노력을 해야하는지 막막했고 답답했고 우울했다.
부모님은 면접까지 간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거라며 내 등을 토닥여주셨지만, 마음속에 느껴지는 공허함은 가족의 위로도 채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쉴 시간도 권리도 없었다. 면접을 준비하느라 잠시 미뤄뒀던 ncs를 해야했고 스터디도 참석해야했으니까.
그렇게 취업준비라는 명목하에 허망하게 통채로 1년을 내 인생에서 지워버렸다.
나는 적폐인가?
공부시간을 2시간 늘려 14시간으로 바꾸고, 매일 2시간씩 면접에 투자했다.
그렇게 6개월을 공부했다. 필기는 있을때마다 보러다녔지만 번번히 근소한 차이로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결국 면접의 기회가 찾아왔고,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함께 몸과 마음을 태워 면접을 준비했다.
수 백개가 넘는 면접 시나리오 파일을 만들어왔기에, 이번만큼은 자신있었다.
면접 당일 컨디션도 좋았고, 허둥지둥대지도 않았으며 압박면접 또한 없었고, PT주제도 운이 좋게 준비했던 주제가 나왔다.
그렇게 3주 후, 면접 결과가 나왔고 나는 드디어 공기업 종사자가 되었다.
나는 적폐인가?
공기업에 합격했다하니 다들 부러워한다. 고연봉 워라밸 복지 등 상상만 하던 온갖 수식어가 달라붙었고, 신의 직장이란 말까지 들어가며 축하인사를 받았다.
1년 반이라는 시간을 깜깜한 미래만 보고 투자한 내 노력을 보상받는 듯 했다.
모든것이 즐거웠다. 더 이상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더 이상 깜깜한 미래만 봐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더 이상 물건을 살 때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그리고 더 이상 부모님에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그렇게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부드러운 사내 분위기와 준수한 월급, 퇴근 후 자유로운 삶 등 모든것이 만족스러웠다. 불과 며칠 전 까지.
나는 적폐일까?
비정규직으로 되어있는, 아니 사기업 정규직임에도 우리회사에 파견되어 있는 분들을 일부 직고용하고, 다른 분들은 자회사를 출자하여 고용의 안정성을 보장해준단다.
그러면서 전환에 반대하면 이기적인 적폐라고 한다.
똑같은 노력을 해서 권리를 누리라고 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데, 당최 내 두뇌로는 이해가 가질 않는다. 공부를 오래하다보니 내 사고회로가 고장난것인가?
내가 적폐란다.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약자인 비정규직을 몰아내는 적폐란다.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 들인 노력에는 관심없고, 열매를 나눠먹는 것에 눈이 멀어 우리에게 프레임을 씌우는 그들 또한 적폐가 아닌가?
이런 분쟁은 결코 이롭지 않겠지만, 나도 내 권리를 위해 그들이 말하는 적폐가 되어 싸워볼까한다.
전국에 계시는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도로공사, 건강보험공단 등 공기업 공공기관 임직원 여러분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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